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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오브 와일드 본능의 부름 야성, 자유, 자기 발견

by warmypick 2025. 4. 20.

영화 '콜드 오브 와일드'의 포스터 사진
영화 '콜드 오브 와일드'의 포스터

 2020년 영화 '콜 오브 와일드'는 사람의 품 안에서 살아가던 개 '벅'이 점차 자연의 부름에 이끌려 야생 속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처음에는 집 안에서 안락하게 살아가던 벅이 어느 날 납치되어 알래스카의 혹독한 날씨와 거친 개썰매 세계에 던져지게 되고,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본능을 깨우게 됩니다. 영화는 단순한 동물 영화가 아니라, 하나의 생명이 어떻게 환경에 적응하고, 관계를 맺고, 결국에는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지를 섬세하게 따라갑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며 자유라는 감정이 단지 울타리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 알고 그 방향으로 스스로 걸어 나가는 것임을 실감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야성', '자유', '자기 발견'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벅이라는 존재가 어떤 여정을 통해 삶의 방향을 바꾸게 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낯선 땅에서 깨어난 '벅'의 야성

 처음 벅이 알래스카에 도착했을 때, 그 모습은 말 그대로 어리둥절하고 무기력한 개였습니다. 따뜻한 집과 사람의 보살핌 속에서 살던 벅에게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세상은 그 자체로 위협이었습니다. 영화 초반, 그는 다른 개들보다 느리고, 말도 잘 듣지 않고, 어떤 규칙도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벅은 자신 안에 있던 감각들이 서서히 깨어나는 것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누가 알려주지 않았는데도 눈 위에서 몸을 말아 잠들고, 무리 안에서 힘의 균형을 읽어내며, 썰매를 끄는 리듬을 스스로 맞추기 시작합니다. 저는 그 장면들을 보면서, 벅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단순히 훈련이나 학습의 결과가 아니라, 그 안에 원래 있던 야성이 깨어나는 과정이라는 걸 강하게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리더 개에게 굴복하며 따르던 벅이, 점점 무리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고 결국에는 정면으로 맞서는 장면은 그 상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순간이었습니다. 벅은 싸움을 좋아하는 개가 아니었고, 처음에는 도망치거나 피하는 쪽을 선택했지만, 결국 본능에 따라 당당히 리더 자리에 올라섭니다. 저는 그 모습이 단순히 강해졌기보다 벅 스스로가 더 이상 자신을 약한 존재로 여기지 않게 된 결과라고 느꼈습니다. 야성이라는 것은 거칠거나 위험한 성질이 아니라, 스스로를 보호하고 움직이게 하는 본래의 힘이었습니다. 그 힘은 문명 속에서 잊히고 있었을 뿐, 상황이 바뀌자 자연스럽게 되살아난 것이었습니다. 영화는 벅이 점점 더 알래스카의 환경에 익숙해지고, 무리와 함께 호흡하며 썰매를 끌고 거친 지형을 넘는 과정을 세밀하게 따라갑니다. 특히 벅이 눈밭을 달리고, 얼음을 건너며, 다른 개들과 협력하는 모습은 야성적인 본능이 살아 있는 생명체로써의 매력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저는 그 장면들이 단지 동물의 행동이라기보다는, 익숙함을 떠났을 때 비로소 본모습을 되찾아가는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벅은 더 이상 길들여진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환경에 반응하고 판단하는 독립적인 생명으로 변화하고 있었습니다. 이 영화가 말하는 야성은 무서운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할 감각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듯했습니다.

2. 자유라는 감정을 알아가는 '벅'

 알래스카에 온 후, 벅은 단순히 물리적인 환경에만 적응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는 누군가의 명령 없이 스스로 움직이는 법을 배워가기 시작합니다. 썰매 개로 일할 때에는 팀의 일부로서 규칙을 따르고, 인간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지만, 그 과정에서 벅은 자신의 판단으로 상황을 이해하고 행동하는 경험을 쌓아갑니다. 처음엔 힘든 일이 닥치면 눈치를 보고 머뭇거리던 벅이, 점점 앞장서서 장애물을 피하고, 방향을 바꾸고, 다른 개들을 이끄는 모습을 보며 저는 이 변화가 단순한 학습이 아니라, 자유라는 감정이 벅 안에서 자라고 있다는 증거라고 느꼈습니다. 존 손튼과 함께하게 되면서 벅은 조금 다른 종류의 자유를 경험합니다. 이전에는 무리 속에서 경쟁하거나 규칙에 따라 움직였다면, 존과 함께 있을 때는 억지로 무엇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보냅니다. 존은 벅에게 일방적으로 명령하지 않고, 벅이 스스로 움직이도록 기다려주는 인물입니다. 둘 사이에는 인간과 동물이라는 구분을 넘어선 동료의 감정이 자리 잡게 되고, 그 안에서 벅은 처음으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삶을 살게 됩니다. 저는 이 관계가 단순히 주인과 개 사이의 유대라기보다, 자유를 배우는 중요한 과정처럼 보였습니다. 사랑받는 관계 안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다는 것, 그게 바로 벅이 느낀 자유의 시작이었습니다. 또 자유를 단지 울타리 밖으로 나가는 상태로 그리지 않았습니다. 벅은 존 손튼과 함께 있을 때 분명히 사랑받았고, 따뜻하고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 관계에 머무르지 않고, 숲 속으로 들어가기로 스스로 결정합니다. 그곳은 익숙하지 않고 위험할 수도 있지만, 벅은 반복해서 들려오는 늑대의 울음에 반응하며 자신이 더 이상 인간의 세계에만 속한 존재가 아님을 알아갑니다. 저는 그 선택이 단순히 주인을 잃은 개의 표류가 아니라, 스스로 내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를 정한 행동이라고 느꼈습니다. 결국 자유란 누군가의 기대나 보호를 떠나, 불확실하지만 자신에게 진짜 맞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용기라는 메시지가 이 장면에 담겨 있었습니다.

3. 긴 여정 끝에 자기 발견에 이른 '벅'

 영화의 후반부로 갈수록 벅은 더 이상 누군가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는 생명으로 달라져 있습니다. 존 손튼과 함께하는 평화로운 시기조차 벅에게는 마지막 준비의 시간처럼 보입니다. 존과의 관계는 안정감과 애정을 줬지만, 동시에 벅은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습니다. 숲 속에서 들려오는 늑대의 울음소리를 따라가고, 야생 동물들과 눈을 마주치며 벅은 점점 자신의 본질에 가까워집니다. 저는 이 장면들이 단순히 본능을 따른 행동이 아니라, 벅이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방향을 스스로 깨달아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벅은 자신을 길들인 인간들과의 관계를 결코 부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존과의 유대는 그에게 신뢰와 애정을 가르쳐준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유대마저도 머물러야 할 이유로 남지는 못합니다. 존이 세상을 떠난 이후, 벅은 처음으로 외부의 선택이 아니라 자신의 결심으로 길을 정합니다. 사람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숲으로 나아가는 것을 선택한 것입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벅이 드디어 완전한 생명체로 거듭났다고 느꼈습니다. 보호받는 존재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는 존재로 변화한 것입니다. 숲에 들어간 이후, 벅은 무리에서 떨어진 늑대들과 눈을 맞추고, 이내 그 무리에 녹아듭니다. 그가 걷는 숲길, 그의 눈빛, 그가 짓는 표정 하나하나에는 이제 불안이나 혼란이 없습니다. 그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있고, 그 자리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저는 이 마지막 장면은 처음으로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시작했다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이전에는 누군가의 뜻에 따라 움직였다면, 이제는 자신의 감각과 판단에 따라 움직이는 벅. 그것이야말로 진짜 자기 발견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콜 오브 와일드'는 결국 하나의 생명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해나가는 이야기였습니다. 인간과 함께하며 관계를 배우고, 자연을 마주하며 감각을 깨우고, 모든 것을 지나 자신만의 삶을 선택하는 것. 벅이 걷는 여정은 낯설지만 깊은 울림이 남았고, 저는 이 영화가 단순한 동물 영화가 아니라, 우리 각자가 품고 있는 본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느낀 점

 이 영화를 보면서 저는 썰매 개로 일하던 때보다, 존과 함께 강가에 앉아 있거나 숲 근처를 배회하던 순간들이 더 인상 깊었습니다. 벅은 말을 하지 못하지만, 그의 시선과 움직임에는 분명한 고민이 담겨 있었습니다. 저는 그 모습에서 머무는 것과 떠나는 것 사이에서 벅이 직접 겪고 있는 마음속 갈등을 느꼈습니다.  자유는 단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이 진짜인지 확인하고, 그것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용기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이 장면들이 조용히 보여줬습니다. 특히 숲을 향해 몇 발짝 다가섰다 멈췄다가 다시 돌아보는 벅의 모습에서, 그는 이미 마음속으로 결정하고 있었고, 그 결정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 장면이 단순히 자연이 보내는 신호에 반응한 것이 아니라, 익숙한 환경에서 한 걸음씩 멀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고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