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픽사 애니메이션 '코코'는 멕시코의 명절 '망자의 날'을 배경으로, 음악을 사랑하는 소년 미겔이 우연히 죽은 자들의 세계로 들어가며 펼쳐지는 특별한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가족의 반대로 음악을 하지 못했던 미겔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찾아가려는 과정에서, 오래전부터 잊혔던 가족의 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성장 스토리가 아니라, 죽음이라는 주제를 따뜻하게 풀어내며 '기억', '가족', '꿈'이라는 주제에 대해 깊은 울림을 줍니다. 저는 이 영화를 단순한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으로 보기보다, 어른이 된 지금에서야 더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느꼈습니다. 영화 속 인물들이 겪는 감정은 결코 허구처럼 느껴지지 않았고, 특히 '기억'이라는 소재가 삶의 의미를 어떻게 되돌아보게 만드는지 직접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코코는 웃음과 감동을 넘어, 누구나 가슴 한쪽에 묻어두고 있던 이야기를 건드리는 영화였습니다.
1. 가족은 나를 있게 만든 근원이자 해답
영화 '코코'의 시작은 미겔과 그의 가족 사이에 자리한 깊은 갈등에서 출발합니다. 미겔은 음악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소년입니다.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지만, 그의 가족은 음악을 철저히 금지합니다. 그 이유는 오래전 미겔의 증조할아버지가 음악을 위해 가족을 떠났고, 그 사건이 집안 전체의 상처로 남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족은 음악을 가정을 깨뜨린 원인으로 여기고, 세대를 이어 금기처럼 지켜왔습니다. 저는 이 설정이 단순한 이야기 장치가 아니라, 현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가족 내 고정관념과 전통의 모습을 담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미겔은 가족이 음악을 반대한다고 해도,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 음악가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 모습이 단순한 반항처럼 보이지 않고 오히려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가려는 진지한 몸부림처럼 느껴졌습니다. 가족이 정해놓은 기준과 기대 속에서 살기보다, 스스로의 길을 가고자 하는 미겔의 모습은 현실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겪는 갈등과 닮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미겔이 죽은 자들의 세계로 들어가면서 상황은 바뀌기 시작합니다. 그곳에서 그는 죽은 가족들과 직접 마주하게 되고, 자신이 알던 가족의 과거가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가장 결정적인 장면은, 가족을 버렸다고 알려졌던 증조할아버지가 사실은 가족을 끝까지 사랑했던 인물이며, 억울하게 잊혔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단절되었던 관계가 오해로부터 비롯된 것이었고, 그것이 진실을 통해 회복되는 과정이 매우 감동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처음에는 가족이 자신의 꿈을 방해한다고만 생각했지만, 결국 가족을 이해하고 나서야 비로소 진정으로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음악은 미겔에게 중요한 것이지만, 그것을 통해 가족과 다시 이어졌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꿈과 가족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이해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이야기라고 느꼈습니다. 가족은 때로는 나를 가두는 틀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을 들여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오해를 풀고 나면 오히려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영화 속 미겔처럼 저도 가족과의 갈등을 겪었던 적이 있고, 시간이 지나 그 갈등의 이유를 이해하게 되면서 관계가 훨씬 더 깊어졌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메시지가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가족은 때로는 벽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벽을 이해하고 넘어서면 가장 큰 지지와 힘이 되어준다는 것을 미겔의 여정을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 기억은 사람을 살게도, 완전히 잊히게도 만든다
'코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설정은 죽은 자들의 세계에서도 사람들이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완전히 잊혀졌을 때라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단순히 상상 속 설정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현실에서도 누군가를 점점 기억하지 않게 되면, 그 사람은 내 삶에서 정말로 존재하지 않게 되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그런 감정을 아주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미겔이 망자의 세계에서 만난 헥토르는 처음에는 장난스럽고 유쾌한 인물로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가 얼마나 외롭고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알게 됩니다. 헥토르는 현실 세계에서 자신을 기억해 주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면서, 망자의 세계에서도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었습니다. 그가 가진 가장 큰 두려움은 두 번 죽는 것이었습니다. 한 번은 실제로 죽었을 때이고, 두 번째는 자신을 기억해 주는 사람이 더 이상 남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저는 이 설정이 사람이 살아 있다는 감각이 결국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유지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장치라고 느꼈습니다. 특히 헥토르가 딸에게 불러주고 싶었던 노래를 미겔이 이어받아 불러주는 장면에서는 깊은 울림을 받았습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며 기억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마음속에 다시 살아 있게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이 장면이 아주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본 후 실제로 돌아가신 가족들에 대한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가끔 기억이 흐려진다는 말을 쉽게 하지만, 사실 그 기억을 붙잡으려는 노력이 있어야만 그 사람의 존재가 내 안에서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한 영화는 기억을 단지 개인적인 추억으로 다루지 않습니다. 가족이라는 연결 속에서 서로를 기억해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합니다. 미겔의 가족이 헥토르를 잊어가면서 생긴 단절과 오해는, 기억이 단지 머릿속의 정보가 아니라 관계의 끈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미겔이 진실을 알게 되고, 가족에게 헥토르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기억이 다시 이어지는 과정은, 우리가 잊었다고 생각한 것들도 마음을 열고 돌아보면 되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저는 단순히 감동을 넘어서, 기억이라는 것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잊지 않는다는 건 단지 슬퍼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삶을 다시 이어주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삶과 죽음이라는 큰 주제를 '기억'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아주 따뜻하고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고 생각합니다.
3. 꿈은 혼자 이루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누는 것
영화에서 미겔은 처음부터 음악가가 되고 싶어 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기타 소리에 빠져 있었고, 자신만의 노래를 만들 정도로 음악에 진심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족은 미겔의 음악 사랑을 이해하지 못했고, 오히려 음악을 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미겔은 그런 가족의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꿈을 숨기고 살아가지만, 마음속에서는 음악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미겔이 겪는 감정이 단지 어린아이의 고집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미겔은 마침내 집을 나와 음악 경연대회에 나가려고 합니다. 자신의 롤모델인 에르네스토 델 라 크루즈의 무대를 동경하며, 언젠가 그처럼 멋진 음악가가 되기를 꿈꿉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미겔은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됩니다. 자신이 존경하던 델 라 크루즈가 사실은 헥토르의 음악을 훔치고, 심지어 헥토르를 해쳤던 사람이었다는 것입니다. 이 장면에서 미겔은 처음으로 자기가 꿈꿔온 길이 완전히 잘못된 기준 위에 세워졌을 수 있다는 사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실제로 어떤 목표를 향해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는지, 이 방향이 진짜 나에게 맞는 길인지 스스로에게 되묻는 순간이 찾아오는데 미겔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는 혼란스러워했지만, 결국 본질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음악을 포기하는 대신, 자신의 방식으로 음악을 이어가기로 합니다. 그것은 혼자만의 성공을 위한 음악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이어가는 음악이었습니다. 헥토르와 함께 노래를 만들고, 그 노래를 통해 잊힌 가족의 이야기를 되살리면서 미겔의 음악은 단순한 개인의 꿈을 넘어섭니다. 그가 만든 음악은 가족 모두가 함께 기억하고, 함께 이어갈 수 있는 다리가 됩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꿈은 꼭 혼자만의 것이 아니어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혼자 이뤘다고 느끼는 꿈도 사실은 주변 사람들의 영향과 응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그 과정 속에서 함께 기뻐할 수 있다면 그 꿈은 더 크게 완성된다고 느꼈습니다. 영화가 끝날 무렵, 미겔의 가족은 음악에 대해 조금씩 마음을 열고, 그의 재능을 인정합니다. 가족이 완전히 달라진 건 아니지만, 서로를 이해하려는 시도 자체가 큰 변화였습니다. 저는 이 과정을 보며 꿈을 이루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꺾지 않는 것이면서도, 그 꿈을 누구와 함께 나눌 것인지를 고민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겔이 보여준 성장의 핵심은, 자기만 잘되려는 욕심이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통해 다른 사람과 진심으로 연결되는 모습이었습니다.
느낀 점
이 영화를 보고 가장 오래 남은 감정은 기억이 사람을 이어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극 중 헥토르가 점점 잊혀가는 장면을 보면서, 실제로도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은 사람이나 돌아가신 가족이 기억에서 서서히 멀어지는 순간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는 그 사람을 온전히 떠올릴 수 없고, 이름을 부르거나 함께했던 장면을 다시 떠올릴 때 비로소 그 사람의 존재가 내 안에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미겔이 할머니 앞에서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에서는 저도 예전에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자주 부르던 동요가 떠올랐고, 무심코 흘려들었던 그 노래가 사실은 추억을 잇는 끈이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추천하는 이유는, 단순히 감동적이거나 눈물이 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소홀해졌던 가족과의 관계, 그리고 기억이라는 주제를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또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각자의 경험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어, 세대 간 공감대도 만들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