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실존 인물 프랭크 W. 애버그네일 주니어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단순한 범죄물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한 소년의 내면에 자리 잡은 외로움, 결핍, 그리고 인정받고 싶다는 간절한 심리가 깊게 깔려 있습니다. 영화는 196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고등학생 나이에 조종사, 의사, 변호사로 변신하며 수백만 달러를 위조해 낸 프랭크와, 그를 끈질기게 추적하는 FBI 요원 칼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이 글에서는 결핍으로 시작된 그의 속임수, 그가 벌였던 사기의 심리적 배경, 그리고 추적자와 도망자 사이에 피어난 묘한 신뢰 관계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 영화가 단순한 범죄 실화가 아닌 감정의 드라마로 읽히는 이유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결핍으로 시작된 행동
'캐치 미 이프 유 캔'을 보면서 가장 먼저 느꼈던 것은, 프랭크가 처음부터 사기를 치려던 인물은 아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의 행동은 계획적인 범죄라기보다는, 무너지는 가정과 사랑받지 못한 감정에서 비롯된 반사적인 선택처럼 보였습니다. 영화 초반, 프랭크는 부유한 가정의 자녀로 등장합니다. 아버지는 사업가로 나름의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이었고, 어머니는 밝고 여유 있는 분위기를 풍깁니다. 하지만 그건 겉모습일 뿐 세금 문제로 가세가 기울고, 부모는 갈등 끝에 이혼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시점부터 프랭크의 인생은 송두리째 흔들립니다. 가장 충격적인 장면 중 하나는, 프랭크가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왔을 때 우연히 부모의 이혼 서류를 받게 되는 장면입니다. 그리고 그 서류 안에는 '어머니와 아버지 중 누구를 선택하겠느냐'는 칸이 있습니다. 저는 그 장면을 보며 한참 멍하게 있었습니다. 십 대 초반의 아이가 가족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 그것도 갑작스럽게 주어진 종이 한 장으로 말입니다. 이 장면에서 프랭크는 심리적으로 완전히 고립됩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는 현실을 도망치듯 떠나게 됩니다. 그가 처음 위조수표를 사용한 건 단지 돈이 필요해서라기보다, 자신이 무너진 현실을 잠시라도 잊고 싶어서였던 것 같습니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면 지금의 혼란과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그렇게 프랭크는 조종사로, 변호사로, 의사로 위장하며 점점 더 깊은 속임수의 세계로 빠져들게 됩니다. 하지만 저는 그 과정이 무섭거나 비정상적으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 아이가 얼마나 외로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버지는 현실에 지쳐 자주 술에 기대고 있었고, 어머니는 다른 남자와 새로운 삶을 꾸리기 시작합니다. 누구도 프랭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결국 그는 관심받을 수 있는 방법으로 거짓된 성공을 택한 것입니다. 영화 속에서 프랭크가 조종사 유니폼을 입고 아버지를 찾아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장면에서 저는 그가 사기꾼이 아니라 아직도 아버지에게 칭찬받고 싶어 하는 아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프랭크의 모든 행동은 어쩌면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누군가 알아봐 줬으면 좋겠다'는 외침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화려한 거짓말 속에 진짜 자기를 숨긴 채, 그는 계속해서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를 채우려 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의 행동은 단순한 불법 행위라기보다, 감정적인 결핍이 만든 비틀린 반응으로 읽히게 됩니다. 저는 그 점이 '캐치 미 이프 유 캔'을 단순한 실화 기반 범죄물이 아니라 감정 드라마로 보게 만든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2. 심리 속에 감춰진 진짜 이유
프랭크가 다양한 신분으로 사람들을 속이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처음엔 단순히 "이 사람은 대담하고 똑똑한 사기꾼이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계속 보다 보면 그가 그런 행동을 하는 데에는 단순한 지능 이상의 이유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프랭크가 계속해서 자신을 바꾸고, 거짓 신분을 만들고, 새로운 역할에 몰입하는 이유가 스릴 때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인정하지 못해서라고 느꼈습니다. 그는 한 번도 진짜 자신으로 받아들여진 경험이 없습니다. 집에서는 이혼으로 인해 둘로 나뉜 부모 사이에서 갈 곳이 없었고, 사회에서는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내가 누구인지 그대로는 안 되는구나'라는 결론을 내렸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는 누구라도 될 수 있다면,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자는 생각으로 수표를 위조하고, 유니폼을 입고, 이름을 바꾸며 거짓된 인생을 쌓아 올립니다. 영화에서 그가 조종사, 변호사, 의사 같은 권위 있는 직업만 골라서 위장하는 것도 그 연장선이라고 봤습니다. 그 직업들은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고, 존경을 받는 위치에 있습니다. 프랭크는 그런 신분을 가지면 사람들이 자신을 무시하지 않고 진지하게 대해줄 거라고 믿었던 것입니다. 실제로 그는 어른들의 존중을 받으며 호텔에서 대접받고, 직원들로부터 인사를 받는 장면에서 분명히 만족스러워하는 표정을 짓습니다. 저는 그 장면에서 그가 정말로 원하는 게 돈이나 스릴이 아니라, 존재로서의 인정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프랭크가 호텔방에서 혼자 TV를 보며, 가족이 함께 나오는 광고에 시선을 고정하는 장면이었습니다. 화면 속 평범한 가족들이 식탁에서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은 너무도 그립고 멀게 느껴졌습니다. 그는 그 장면을 조용히 바라보며, 아무 말 없이 웃지도, 울지도 않았지만, 오히려 그 무표정 속에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 장면이 이 영화 전체를 설명해 주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아무리 멋진 신분으로 자신을 포장해도, 그가 진짜 바라는 건 가족, 관심, 따뜻한 말 한마디였던 것입니다. 프랭크는 끊임없이 도망치고 신분을 바꾸지만, 결국엔 마음속 한 자리에 계속 같은 질문을 품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나는 누구에게도 필요한 사람일까?'라는 질문이요. 그런 불안과 공허함이 결국에는 자신이 누구인지도 잊게 만들고, 거짓 인생을 쌓을수록 자신을 더 숨기게 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습니다. 저는 프랭크의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가 가끔 자신을 과장하거나 감추는 이유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인정받고 싶고, 혼자 남겨지고 싶지 않은 그 마음이, 그를 거짓말 위에 올라서게 만들었던 겁니다.
3. 추적과 쫓김 속에 피어난 관계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단순히 경찰이 범인을 쫓는 이야기처럼 보일 수 있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그 이상의 감정이 이 관계 속에 담겨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프랭크와 칼은 처음에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입니다. 한쪽은 사기꾼이고, 한쪽은 FBI 요원입니다. 둘 사이에는 신뢰는커녕, 이름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되지만, 쫓고 쫓기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둘은 서로에게 복잡한 감정을 갖게 됩니다. 특히 크리스마스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프랭크가 외국 호텔방에서 홀로 크리스마스를 보내던 중, 그가 전화를 건 사람은 가족도, 친구도 아닌 그를 쫓고 있는 FBI 요원 칼이었습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장난 전화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저는 그 전화를 통해 프랭크가 진짜로 외로웠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가 전화를 건 이유는 단 하나, 자기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이 세상에 단 한 명이라도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칼도 처음에는 놀라지만, 그 대화를 통해 프랭크의 진심을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합니다. 칼은 원칙적인 수사관입니다. 하지만 프랭크를 계속해서 추적하면서, 점점 그가 단순한 범죄자가 아니라는 걸 알아차립니다. 그가 왜 도망치고, 왜 거짓말을 반복하는지를 느끼게 되면서, 칼의 태도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영화 중반 이후에는 잡는다는 목표보다 이 아이를 어디로 보내야 할까, 누가 이 아이를 받아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프랭크가 다시 도망친 후, 칼이 그를 찾아간 장면도 인상 깊었습니다. 감정적으로 격한 대사 없이 조용히 문을 열고, 프랭크를 바라보며 아무 말 없이 기다리는 칼의 모습은 체포가 아니라 돌봄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그 순간 칼은 단순한 수사관이 아닌, 세상에 남은 유일한 어른처럼 느껴졌습니다. 프랭크가 칼을 따라가기로 결정한 이유도, 아마 자신을 처벌하려는 사람이 아닌, 이해해 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일 겁니다. 결국 프랭크는 칼의 도움으로 감옥에서 나와 FBI에서 일하게 됩니다. 범죄자와 수사관이 동료로 일하는 설정은 자칫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동안 둘이 쌓아온 신뢰와 감정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영화는 그것을 설득력 있게 풀어냅니다. 칼은 프랭크의 능력을 인정하고, 프랭크는 칼에게 자신을 더 이상 숨기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을 느낍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살아온 두 사람이 만나, 결국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존재가 되었다는 점에서 가장 인간적인 이야기로 느껴졌습니다.
느낀 점
영화를 보면서 가장 오래 남았던 감정은 '이 사람이 왜 그랬을까?'를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 많았다는 점이었습니다. 프랭크는 범죄를 저질렀고, 거짓으로 사람들을 속이며 살아갔지만, 그 행동의 바탕에 단순한 욕심이 아닌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다는 외로운 마음이 있었다는 생각이 계속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는 대단한 꿈을 이뤄내기 위해 도전한 게 아니라, 무너진 가정과 흔들리는 자존감 속에서 스스로를 버티게 하려고 거짓된 인생을 선택한 것이었습니다. 프랭크가 계속해서 새로운 역할을 만들어내며 도망치는 장면들은 처음엔 능청스럽고 놀랍게 느껴졌지만, 반복될수록 점점 안쓰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는 늘 떠돌았고, 어디에도 오래 머물지 못했습니다. 누구에게도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가까워질 수 있었던 사람들과도 끝까지 거리를 두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이 오히려 더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특히 프랭크가 자신을 끈질기게 쫓던 칼을 가장 마지막에 선택하게 되는 과정에서,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 감정인지 다시 느꼈습니다. 누구에게도 기대지 못하던 프랭크가 마지막에 믿은 사람이 수사관이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면서도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그가 바랐던 건 누군가의 칭찬이나 보호가 아니라, 조건 없이 자기를 알아봐 주는 시선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어 하고, 이해받고 싶어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보고 나서도 오래 생각나고,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영화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