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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름다워 기억, 음악, 삶의 의미

by warmypick 2025. 4. 16.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포스터 사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포스터

 2022년 개봉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제목만 보고 처음엔 이탈리아 영화 리메이크인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로, 한국적인 정서와 추억을 담은 뮤지컬 영화였습니다. 염정아 배우가 맡은 '세연'이 시한부 판정을 받은 후, 첫사랑을 찾아가는 여정을 떠나면서 영화는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류승룡 배우는 세연의 남편 '진봉' 역을 맡아, 투박하지만 진심 어린 남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저는 이 영화를 단순한 멜로 영화가 아닌, 인생을 돌아보는 여행이라고 느꼈습니다. 한 여성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들여다보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다시 꺼내 보는 그 과정이, 마치 관객에게도 스스로의 과거를 되짚어 보게 만드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특별한 건 뮤지컬이라는 형식을 통해 감정을 훨씬 자연스럽고 풍부하게 표현한다는 점입니다. 익숙한 가요와 감정이 어우러진 장면들은 단지 듣는 음악이 아니라, 그 순간의 감정을 직접 겪는 것처럼 다가왔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삶도 충분히 소중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 기억을 따라가는 여행이 시작되다

 이 영화의 시작은 평범한 일상입니다. 주인공 세연은 아내이자 엄마로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 안에는 늘 어딘가 지쳐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반복되는 가족의 일상, 남편과의 대화에서 오가는 감정 없는 말투, 그리고 어디론가 빠져나가고 싶은 듯한 표정. 그러던 어느 날, 세연은 시한부 선고를 받습니다. 이 소식은 영화의 분위기를 갑자기 무겁게 만들기보다는, 오히려 그녀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로 작용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한 가지 소원을 말합니다. '첫사랑을 한 번만 다시 만나보고 싶어요.' 저는 이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죽음을 앞둔 사람이 간절히 바란 것이 엄청난 업적이나 원대한 꿈이 아니라, 첫사랑을 다시 보고 싶다는 그 소박한 마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세연은 남편 진봉과 함께 전국을 돌며 첫사랑을 찾아가는 여행을 시작합니다. 이 여정은 단지 누군가를 찾는 일이 아니라 지나온 시간을 하나씩 들춰보며, 자신이 어떤 감정을 품었는지, 어떤 순간을 놓쳤는지를 되짚어가는 시간이었습니다. 고등학생 때 친구들과 노래를 불렀던 장면, 밤늦게 라디오를 들으며 설레던 순간, 처음으로 혼자 버스를 타고 갔던 교외의 풍경까지, 세연은 그 시절의 자신을 하나하나 꺼내며 내가 정말 살았던 시간을 다시 마주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자연스럽게 저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아무것도 특별하지 않았던 순간들이 지나고 나서야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이제야 알게 된다는 감정이 세연과 겹쳐졌습니다. 영화는 이 회상의 장면마다 익숙한 음악과 함께 분위기를 이끌어 갑니다. 음악이 등장인물의 감정을 직접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그 상황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전달해 줘서 장면에 더 깊이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여행을 떠나는 과정에서 세연과 진봉 사이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깁니다. 오랫동안 멀게 느껴졌던 부부가 함께 길 위에 서 있으면서 서로를 다시 바라보게 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마지못해 따라나섰던 진봉도 점점 세연의 기억에 귀 기울이고, 그 시절을 함께 느끼려 합니다. 이 모든 여정이 단순히 옛사랑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자신을 다시 받아들이는 과정처럼 느껴졌습니다. 저는 이 여정이 결국 나를 찾아가는 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2. 음악은 말보다 깊게 마음을 건드린다

 '인생은 아름다워'를 특별하게 만든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는 바로 '뮤지컬'이라는 형식입니다. 보통 뮤지컬 영화라고 하면 이야기 전개와는 별개로 노래가 삽입되는 형식을 떠올리게 되지만, 이 영화는 장면과 감정에 맞게 자연스럽게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세연이 첫사랑을 떠올릴 때, 친구들과의 학창 시절을 회상할 때, 가족들과 웃거나 다투는 순간 등 일상의 흐름 속에 노래가 스며듭니다. 저는 이 방식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오히려 감정의 폭을 더 넓혀준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세연이 어릴 적 음악 방송을 보며 따라 부르던 장면입니다. 갑자기 공간이 바뀌고, 무대 위에서 열창하는 모습으로 전환되는데, 그 장면은 단순히 상상 속 장면이라기보다는,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었습니다. 세연이 표현하지 못한 마음도 음악이 흐르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드러났고, 그 덕분에 감정이 더 깊이 와닿았습니다. 세연의 마음속에 남아 있던 설렘, 아쉬움, 그리고 사라진 꿈들이 익숙한 가요에 녹아 자연스럽게 관객에게 전달되었습니다. 또한 이 영화는 1970~90년대의 한국 대중가요를 활용하여, 특정 세대의 향수뿐만 아니라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을 이끌어냅니다. 누구나 한 곡쯤은 들으면 바로 그 시절로 돌아가는 노래가 있기 때문에 영화는 음악을 통해 단순히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순간의 감정을 관객도 함께 느끼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남편 진봉 역시 처음에는 뮤지컬에 당황하지만, 점점 아내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마침내 그도 노래의 세계로 들어옵니다. 음악은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상대방과 같은 곳에 서기 위한 다리가 되었기 때문에 감정이 말보다 먼저 흐르고, 말로는 못했던 이야기들이 노래가 되어 전달될 때, 저는 이 영화가 왜 뮤지컬이 되어야 했는지를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3. 평범한 삶에도 아름다운 순간이 있다

 이 영화가 가장 감동적인 이유는 거창한 사건 없이도 사람들의 감정을 깊이 건드리기 때문입니다. 주인공 세연은 위대한 업적을 이룬 사람도, 엄청난 실패를 겪은 사람도 아닙니다. 그저 누군가의 아내로, 엄마로, 평범한 여자로 살아온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 삶을 되돌아보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평범한 하루에도 얼마나 많은 감정과 이야기가 있었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저는 이 점이 이 영화의 가장 따뜻한 부분이라고 느꼈습니다. 세연이 떠올리는 기억 속에는 커다란 사건보다도 사소한 장면들이 많습니다. 첫사랑에게 쓴 편지를 들고 망설이던 골목길, 가족을 위해 반찬을 만들던 부엌, 친구와 함께 웃으며 걷던 학교 운동장. 이 장면들은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것들이지만, 영화 속에서는 그것들이 너무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저는 이런 순간들을 보며, '내 삶에도 저런 장면이 있었지' 하고 떠올리게 됐습니다. 그 시절에는 그냥 지나쳤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가장 빛나는 장면들이었다는 걸 세연의 시선을 통해 다시 느끼게 되었습니다. 또한 영화는 세연의 시한부라는 설정을 과도하게 감정적으로 밀어붙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도 삶을 다시 바라보고, 남은 시간을 스스로 선택하며 살아가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진봉과의 관계도 눈물보다 웃음이 먼저 나오게 만들 정도로 담백하고, 현실적입니다. 저는 이 점이 너무 좋았습니다. 죽음이 중심이 아니라, 삶을 어떻게 채워갈지를 중심에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세연이 찾던 첫사랑은 상징적인 인물이었습니다. 진짜로 그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그 시절의 자신과 감정을 다시 만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여정을 함께한 진봉과의 관계를 통해, 세연은 자신의 현재를 더 소중하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며, 모든 인생이 특별할 필요는 없지만, 돌아볼 줄 안다면 그 안에 분명히 '아름다운 순간'이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고, 늦지 않게 다시 꺼내볼 수 있다는 것도 말입니다

느낀 점

 이 영화를 다 보고 극장을 나서는 길, 저도 모르게 오래된 노래 가사를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평범했던 제 학창 시절, 가족과 함께 보냈던 식탁의 풍경, 한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친구의 얼굴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영화는 제게 무언가를 가르치려 하지 않았고, 그저 한 사람의 기억과 삶을 따라가며 '당신의 삶에도 이런 순간이 있었죠?' 하고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는듯했습니다. 저는 그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힘이라고 느꼈습니다. 감정을 강요하지 않지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인생을 떠올리게 만들고,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게 해주는 힘. 그리고 그렇게 자신을 돌아본 후에는, 마음 한구석이 조금 따뜻해지는 그 여운. 그렇게 '인생은 아름다워'는 화려하지 않지만 깊었고, 조용했지만 오래 남는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