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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플래쉬 목표 앞에서 흔들릴 때 집착, 압박, 경계

by warmypick 2025.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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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위플래쉬'의 포스터 사진
영화 '위플래쉬'의 포스터

 '위플래쉬'는 재즈 드럼을 전공하는 학생 앤드류와 그의 지도교수 플레처 사이의 강렬한 대립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음악이라는 예술 분야를 배경으로 하지만, 이 영화가 다루는 건 단순한 스승과 제자의 갈등이 아닙니다. 한 사람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겪는 집착, 스스로를 몰아붙이게 되는 압박, 그리고 무너질 듯 말 듯한 경계의 순간들입니다.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면서도 눈을 뗄 수 없었던 건, 그 안에 담긴 현실 때문이었습니다. 저도 어떤 목표를 두고 노력할 때, '지금 이게 내 열정인지, 아니면 나를 괴롭히는 강박인지' 헷갈렸던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이 글에서는 '위플래쉬' 속 앤드류와 플레처의 관계를 중심으로, 영화가 던지는 질문에 대해 정리해보려 합니다. 목표 앞에서 흔들렸던 적 있는 분들이라면 분명 공감하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1. 드럼 스틱이 부러져도 멈추지 않는 집착의 연습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앤드류는 조용하고 내성적인 학생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연습실에서 드럼을 칠 때만큼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됩니다. 그는 자신이 평범한 드러머로 남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그 욕심은 단순한 노력이나 열정이라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을 정도로 강렬했습니다. 처음엔 연습 시간을 조금씩 늘리고, 남들이 쉬는 시간에도 계속 드럼을 치며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그의 행동은 점점 도를 넘기 시작합니다. 연습이 부족해서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더 세게, 더 빠르게 치려 하고, 손바닥이 갈라져 피가 나도 붕대를 감고 다시 연습에 들어갑니다. 그 장면에서 저는 그의 마음속에 어떤 압박이 있었을지 상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연습이 아니라, 잘해야만 한다는 강박과 실패하면 끝이다라는 두려움에서 비롯된 행동이었습니다. 특히 플레처 교수와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앤드류는 그 기대를 절대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씁니다. 교수의 칭찬 한 마디에 웃고, 지적 한 마디에 표정이 굳습니다. 연습을 잘했더라도 교수의 눈에 들지 못하면 스스로를 자책하고, 결국에는 음악 외의 모든 것을 포기합니다. 가족과의 식사 자리에서도 대화를 단절하고, 연인과도 헤어지며 오로지 드럼 하나에만 집중하는 삶을 선택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음악을 좋아해서 시작한 것이, 왜 이제는 나 자신을 부숴가며 버텨야 하는 일이 되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는 교통사고를 당하고도 무대에 올라가려는 장면이었습니다. 앤드류는 피를 흘리며 무대 뒤편으로 달려가고, 결국 연주를 시작하지만 손에서 스틱이 미끄러지고, 곡을 망치게 됩니다. 하지만 앤드류는 거기서도 멈추지 않습니다. 그는 무너지고도 다시 일어설 기회를 노리고 있었고, 그 강박이 결국 자신을 더욱 극한으로 밀어붙입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쉽게 앤드류를 비난할 수는 없었습니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고, 저 역시도 어떤 일을 할 때는 스스로를 심하게 몰아붙였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의 모습이 남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앤드류는 분명 대단한 재능과 끈기를 가진 인물이지만, 그의 드럼은 점점 음악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증명하고자 하는 도구로 변해갑니다. 이 영화는 그 과정을 통해 '집착'이라는 감정이 어떻게 생겨나고, 또 어떻게 사람을 갉아먹는지를 굉장히 사실적으로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2. 플레처의 모욕과 강압이 만든 압박의 교실

 앤드류가 정식 재즈 밴드의 드러머로 들어간 직후, 영화의 분위기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긴장감으로 바뀝니다. 그 중심에는 지휘자 플레처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차분하고 절제된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리허설이 시작되자 그의 교육 방식이 전혀 일반적이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학생이 박자를 조금 틀렸다는 이유만으로 높은 목소리로 쏘아붙이고, 질문 하나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면 공개적으로 창피를 줍니다. 심지어 악보를 던지거나 학생 코앞까지 다가가 거친 말로 몰아세우는 장면에서는, 저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리게 되었습니다. 플레처는 완벽한 연주만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의 방식은 격려나 조언이 아닌 모욕적인 언사와 강한 통제를 통해 학생을 밀어붙이는 방식입니다. 단지 연주가 조금 어긋났을 뿐인데 학생을 반복해서 비난하고, 불안하게 만든 뒤 연습을 강요합니다. 이 장면들을 보며 저는 이곳이 음악을 배우는 공간이라기보다, 긴장 속에서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몸을 움츠리는 숨 막히는 시험장처럼 느껴졌습니다. 앤드류를 포함한 학생들은 점점 눈치를 보기 시작하고, 연습실에서는 침묵과 공포만이 흘렀습니다. 제가 보기에 그건 교육이 아니라 통제였습니다. 학생들은 실수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리고, 연주를 즐기는 대신 긴장 속에서 평가받는 존재가 되어갑니다. 플레처의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앤드류 역시 점점 자신의 감정이나 판단보다, 플레처의 반응에만 모든 걸 맞추게 됩니다. 이 영화는 그런 압박이 단지 힘든 훈련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의 생각과 감정, 삶의 우선순위까지 바꿔놓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저는 영화를 보며 '칭찬 없이도 사람은 자랄 수 있을까?', '무너지는 과정까지 교육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과만 보면 앤드류는 마지막에 최고의 연주를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는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헷갈릴 정도로 지쳐 있었습니다. '위플래쉬'는 그 과정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행해지는 모든 방식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진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다시 묻게 합니다. 그 장면들을 보며 저 역시 지금까지 받아온 피드백과 평가들이 어떤 기준에서 비롯된 것인지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3. 무대 위에서 무너질 뻔한 경계의 순간

 '위플래쉬'의 마지막 장면은 영화 내내 이어졌던 긴장감과 압박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순간처럼 느껴졌습니다. 무대 위에 선 앤드류는 이전의 그 어떤 장면보다도 집중해 있고, 동시에 벼랑 끝에 서 있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연주를 시작하기 전 플레처가 고의로 그가 모르는 곡을 지시했을 때, 앤드류는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에 놓입니다. 저는 그 장면에서, 단지 음악을 틀릴까 봐가 아니라 또다시 가치가 없는 사람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그의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앤드류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연주 중간에 자신이 준비한 곡을 강제로 시작하고, 플레처가 당황하는 사이 밴드를 스스로 리드해 나갑니다. 저는 그 순간 자신이 쌓아온 모든 것을 직접 증명하고 싶다는 의지로 보였습니다. 그는 스승이 무너뜨리려 한 자리에서 오히려 자기 자신을 세우고자 했고, 결과적으로는 누구보다도 뜨거운 연주를 만들어냅니다. 그러나 그 연주가 감동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 장면을 보는 내내 복잡한 감정에 사로잡혔습니다. 이게 정말 우리가 손뼉 쳐야 할 승리인가, 아니면 누군가의 정신이 마지막까지 밀려난 결과인가,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그 성장이 스스로의 의지로만 가능했던 것은 아니며, 그 안에는 엄청난 압박과 상처, 자존심과 불안을 견뎌낸 시간이 있었습니다. 앤드류는 그 경계 위에서 스스로를 던졌고, 끝내 버티어 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저는 마음이 편해지지 않았습니다. 앤드류가 마침내 자유로워졌다는 확신보다는, 이 연주 이후에도 그는 또 다른 기준에 갇혀 자신을 시험하려 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더 컸습니다. 저는 이 장면들을 보며 '어디까지가 열정이고, 어디서부터는 강박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노력하고 도전하는 일이 반드시 희생을 동반해야 하는가, 아니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스스로를 지키며 갈 수는 없는가 하는 물음이 떠올랐습니다. 앤드류의 연주는 완벽했지만, 그 연주를 만들어낸 과정이 꼭 이상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위플래쉬'는 결국 그 '경계'라는 단어를 통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목표를 향해 가는 길에서 우리는 자신을 어디까지 밀어붙여야 할까, 더 중요한 건, 그 끝에서 과연 나 자신을 온전히 지켜낸 채 설 수 있는가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통해 앞으로 제가 무엇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제가 나 자신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조금 더 신중하게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느낀 점

 '위플래쉬'는 단순히 예술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 우리가 어떤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 자신에게 얼마나 가혹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였습니다. 저는 앤드류의 모습에서 나 자신을 본 것처럼 몰입해서 보았습니다. 어떤 일을 이뤄내기 위해 정말 많은 걸 포기해 본 적이 있었고, 그게 맞는 길이라고 믿었지만, 돌이켜보면 그 과정에서 중요한 사람들과 나 자신을 놓쳤던 순간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최고가 되기 위해서 정말 모든 걸 걸어야만 하는지, 내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애쓰는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앤드류의 마지막 연주는 분명 대단했고, 그 순간만큼은 찬란했지만, 그 뒤에 남겨진 고통과 긴장감은 쉽게 잊히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는 결과만 바라보느라 스스로를 다그치고, 주변의 시선에 매달리다 보면 정작 중요한 건 잃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저는 이제부터라도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속도보다, 그 길 위에서 내가 어떤 사람으로 남을지를 먼저 생각해보려 합니다. '위플래쉬'는 열정과 자기희생, 그리고 성장의 과정을 통해 한 사람이 어떻게 극한의 상황에서도 자신을 증명하고, 내면의 균형을 찾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어 깊은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짧지만 강렬한 여운을 남기기 때문에 꼭 한 번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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