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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메리 작은 어른의 선택 천재성 , 보호자, 결정

by warmypick 2025. 4. 19.

영화 '어메이징 메리'의 포스터 사진
영화 '어메이징 메리'의 포스터

 2017년 영화 '어메이징 메리'는 수학 천재 소녀 메리와 그녀를 키우는 삼촌 프랭크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아이의 재능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그리고 아이의 삶을 어른이 대신 정해도 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메리는 또래보다 월등한 수학 능력을 가졌지만, 프랭크는 메리가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며 평범하게 자라기를 바라지만 외할머니는 조기교육을 통해 메리를 세계적인 수학자로 키워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며 재능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어떤 환경에서 누구와 함께 자라는가'라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또한, 재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끌어올려야 하는 게 아니라, 그 아이가 어떤 환경에서 누구와 함께 자라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단순한 가족 드라마를 넘어, 부모와 아이, 개인과 사회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려 합니다.

1. 천재성은 특별함 이전에 외로움일 수 있다

 메리는 영화 속에서 또래보다 뛰어난 수학 실력을 가진 아이로 등장합니다. 일반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고등학생도 풀기 어려운 수학 문제를 단번에 풀어내고,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않아도 내용을 바로 이해해 냅니다. 처음 이 장면을 봤을 땐 솔직히 부럽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똑똑한 아이는 뭘 해도 잘 풀릴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런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메리는 자신이 왜 그렇게 똑똑한지, 왜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프랭크는 메리를 천재교육 기관이나 사립학교 대신 공립 초등학교에 보냅니다. 공부를 특별히 가르치기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평범하게 자라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메리는 놀이터에서도, 교실 안에서도 또래 아이들과 잘 섞이지 못합니다. 수업 중에 손을 번쩍 들고 문제의 정답을 말하는 메리를 친구들은 신기해하면서도 점점 멀리합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며, 아이가 가진 재능이 오히려 아이를 외롭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메리는 공부는 잘하지만, 자기감정을 표현하거나 친구들과의 관계를 맺는 데에는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더 인상 깊었던 장면은, 메리가 수학 문제를 풀다가 갑자기 화를 참지 못하고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면이었습니다. 선생님과 친구들이 당황할 정도로 울분을 터뜨렸고, 저는 그 모습에서 이 아이가 지금 얼마나 외롭고 혼란스러운지를 직접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어른들은 메리의 수학 실력에만 관심을 뒀지만, 정작 메리 스스로는 그 재능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몰랐던 것입니다. 단순히 뛰어난 능력을 가진 아이로만 바라보면 절대 보이지 않는 감정들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천재 아동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다루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아이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저는 메리를 보면서 재능이 아니라 관계와 감정이 아이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천재성은 놀랍고 귀한 능력이지만, 그 무게를 혼자 감당하게 만들면 오히려 아이에게는 큰 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영화는 분명히 보여줍니다.

2. 진짜 보호자는 아이 옆에서 같이 살아가는 사람이다

 프랭크는 메리의 삼촌이지만, 부모를 대신해 오랫동안 메리를 키워왔고, 현재는 법적인 보호자이기도 합니다. 프랭크는 메리가 천재라는 이유로 어린 시절을 특별한 틀에 가두고 싶지 않습니다. 어른들의 기준에서 성공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메리 스스로 웃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걸 찾아가는 시간이 더 소중하다고 믿습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보호자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보호자는 단순히 아이에게 밥을 먹이고 재워주는 존재가 아니라, 아이의 삶을 옆에서 같이 살아내는 사람이라는 걸 이 영화는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반대로, 메리의 외할머니는 완전히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녀는 메리가 엄청난 재능을 가졌으니, 그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메리를 최고의 교수에게 맡기고, 수학 연구에 몰두하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주장하며, 프랭크에게서 양육권을 가져가려 합니다. 그녀는 프랭크가 메리의 재능을 낭비하고 있다고 믿고, 메리를 위해선 자신이 더 나은 보호자라고 말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사랑과 계획의 차이를 느꼈습니다. 외할머니는 메리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있었지만, 정작 지금의 메리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는 제대로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프랭크가 메리에게 "나는 너 편이야"라고 말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메리는 그 말에서 안정감을 느낍니다. 저는 이 장면이 보호자 역할의 핵심을 보여준다고 느꼈습니다. 아이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을 때일수록, 그 재능을 평가하고 길을 정해주는 사람보다, 자신의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더 필요하다는 사실을 영화가 말하고 있었습니다. 프랭크는 완벽한 어른도 아니고, 때로는 서툴게 아이를 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는 늘 메리의 기분을 먼저 살피고, 아이가 흔들릴 때는 함께 주저앉을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보호자는 아이보다 앞서 이끌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옆에서 함께 실수하고, 함께 걸어가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프랭크의 모습에서 그런 보호자의 태도를 봤습니다. 반대로 외할머니는 정답을 주려고 했고, 메리는 그 정답 속에 갇힐 뻔했습니다. 이 영화는 결국, 누가 더 똑똑한 계획을 세우느냐보다, 누가 아이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하려고 노력했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진짜 보호자라는 말의 의미가, 아이와의 관계 속에서 살아 숨 쉬는 말이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3. 삶을 결정하는 힘은 아이에게도 있다

 '어메이징 메리'가 끝을 향해 갈수록, 메리는 점점 더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합니다. 처음에는 어른들의 선택에 따라 조용히 따라가던 모습이었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하고 싶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점차 명확하게 말하기 시작합니다. 프랭크가 잠시 메리를 떠나보내는 장면에서도, 메리는 자신이 가고 싶은 곳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말하고, 감정을 숨기지 않습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며, 아이는 어려서 아무것도 모를 거라는 어른들의 착각이 얼마나 많은 오해를 낳는지를 실감했습니다. 메리는 단지 어리기 때문에 설명하기 어려웠던 것뿐이지, 스스로의 감정과 생각은 분명히 갖고 있었던 것입니다. 프랭크 역시 영화 초반에는 메리를 보호하기 위해 많은 결정을 스스로 내립니다. 어떤 학교에 다니게 할지, 어떤 환경이 좋을지를 본인의 판단으로 결정합니다. 하지만 점점 그는 아이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고, 마침내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도 메리에게 직접 묻습니다. 저는 이 변화가 단순한 양육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어른이 아이를 대하는 태도에서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할 지점을 보여준다고 느꼈습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존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는 것입니다. 영화 후반에 나오는 고양이 장면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찾아가고, 원했던 존재를 다시 곁에 두려는 모습은 어른의 판단이 아닌 아이 자신의 결정이었습니다. 저는 그 장면이 메리의 독립적인 삶의 시작처럼 느껴졌고, 아이도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실에서도 아이를 키우는 많은 어른들이 '아직 어려서 모른다', '우리가 대신 정해줘야 한다'는 말로 아이의 선택을 제한하곤 합니다. 아이는 자신의 삶을 결정할 수 있는 힘이 있지만, 그 기회를 어른들이 얼마나 주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 진짜 좋은 선택은 어른이 정해주는 게 아니라, 아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태도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이 영화는 보여줍니다.

느낀 점

 이 영화를 보며 가장 오래 남은 감정은, 잘 키우는 것보다 같이 살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프랭크가 메리의 재능을 숨기려 한 것도, 능력을 포기시키려는 게 아니라 아이가 어릴 적에 누릴 수 있는 시간을 지켜주고 싶어서였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저는 그 마음이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더 진하게 전해졌습니다. 어릴 적 저도 어른들의 기준으로만 결정된 상황 속에 있을 때, 그게 맞는지 아닌지를 말할 기회조차 없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메리가 감정을 드러내고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장면이 유난히 깊게 다가왔습니다. 이 영화는 재능과 성공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한 아이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어른의 시선을 이야기합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가르침보다 공감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해 준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