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올마이티'는 신의 능력을 가진 한 남자가 벌이는 유쾌한 해프닝들이 이어지고, 짐 캐리 특유의 과장된 몸짓과 빠른 말투는 보는 내내 웃음을 유발합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재미있는 영화가 아닌 '내가 왜 불행하다고 느끼는가', '남 탓만 하던 내가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했을 때, 과연 어떻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코미디라는 장르 안에 숨겨진 진지한 질문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 보려 합니다. 특히 저는 영화 속 브루스가 '신의 능력'을 갖게 된 후 보여주는 태도와 그 결과, 그리고 그 과정에서 뒤늦게 알아차리게 되는 일상의 소중함에 주목했습니다. 힘이 생겼을 때 처음으로 드러나는 자만, 당연하게 여겼던 사람들의 존재, 말보다 중요한 태도, 그리고 후회 뒤에 찾아온 기회의 의미까지. 이 영화는 결국 '우리가 진짜 바꿔야 하는 건 세상이 아니라 나 자신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유쾌하지만 분명하게 전하고 있었습니다. 이 글을 통해, 웃으면서도 마음속 어딘가에 조용한 울림을 남겼던 장면들을 함께 되짚어보고자 합니다.
1. 신의 힘을 갖게 된 브루스가 보여준 자만
브루스는 지역 방송국에서 리포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는 늘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오르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주변 상황과 사람들을 탓하며 살아갑니다. 뉴스를 전하는 와중에도 진지함보다는 보여주는 방식에 집착하고, 앵커가 되지 못하는 이유를 자신이 아닌 회사 탓, 상사 탓으로 돌립니다. 결정적으로 자신의 기대와 어긋나는 날, 그는 하늘을 향해 거칠게 불평하며 소리를 지릅니다. "내가 신보다 잘할 수 있어!" 이 말은 단순한 분노의 표현이 아니라, 스스로는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는 강한 확신이 담긴 대사였습니다. 놀랍게도 실제로 신이 나타나고, 그 말에 대한 책임을 지듯 브루스에게 모든 능력을 넘겨줍니다. 세상을 자유롭게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을 얻은 브루스는 처음엔 흥분하며 자신이 원하던 방식으로 삶을 재구성하기 시작합니다. 복권 당첨을 조작하고, 차 막힘을 없애고, 비를 멈추게 만들며 모든 것을 뜻대로 바꿉니다. 주변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듯한 만족감은 커져가고, 그는 점점 자신이 '신'으로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빠져들게 됩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곧 예상과 다르게 흘러갑니다. 수많은 기도에 무작정 "Yes"를 외친 결과로 도시 곳곳에서 혼란이 벌어지고, 사람들은 원치 않은 방식으로 삶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복권 당첨자 수천 명이 모두 소액만 받게 되면서 분노가 폭발하고, 브루스를 향한 시선도 달라집니다. 그는 힘을 쓰는 방식에 대한 고민 없이 본능과 욕망대로만 움직인 결과, 자신이 원한 삶이 아니라 더 혼란스러운 상황을 만들어버립니다. 저는 이 과정을 보며 '자만'이란 결국 자기만을 기준으로 생각하기 시작할 때 생긴다는 걸 느꼈습니다. 브루스는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믿었고, 그 믿음이 자만이라는 형태로 드러났습니다. 그는 자신이 힘을 가졌다는 사실에만 집중했고, 그 힘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는 그 자만이 어떻게 현실을 왜곡하고, 관계를 무너뜨리는지 보여주면서도, 그 시작이 얼마나 일상적이고 익숙한 감정에서 비롯되는지를 자연스럽게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2. 일상에 숨어 있던 기적을 뒤늦게 알아채다
브루스가 신의 능력을 얻은 이후, 그의 행동은 점점 자기중심적으로 변해갑니다. 세상을 마음대로 바꾸는 일에 몰두하던 그는 가장 가까이에 있던 사람, 여자친구 그레이스의 존재를 점점 가볍게 여기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브루스가 리포터 생활에 지칠 때마다 곁에서 묵묵히 응원해 주고, 작은 성취에도 함께 기뻐해 주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브루스는 그녀의 애정을 당연하게 생각했고, 자신이 특별한 존재가 되면 그레이스도 자연히 감동하고 따라올 것이라 믿었습니다. 신의 힘을 이용해 장미로 방을 채우고, 밤하늘에 메시지를 새기는 등 화려한 방법으로 감정을 표현하려 했지만, 정작 그레이스는 그런 과장된 연출에 감동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는 그녀의 진짜 감정이 어디 있는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브루스는 자신의 말과 행동이 진심이라고 믿었지만, 그녀는 그 안에서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지 못했습니다. 결국 그레이스는 그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조용히 그의 곁을 떠납니다. 그녀가 남긴 메모와 대사를 통해, 저는 이 영화가 말하는 '기적'의 의미가 무엇인지 조금씩 드러난다고 느꼈습니다. "내가 원하는 건 기적이 아니야. 그냥 당신이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거야." 이 말은 단순한 연애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 속에서 얼마나 많은 진심을 놓치고 사는지를 돌아보게 만드는 장면이었습니다. 브루스는 세상을 바꾸는 일에만 집중했고,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의 감정은 외면하고 있었습니다. 브루스는 그레이스를 잃고 나서야, 그녀가 했던 말의 의미를 이해하게 됩니다. 힘이 있고, 능력이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사람의 마음은 명령하거나 조작할 수 없으며, 진심은 오직 눈을 맞추고 시간을 함께 나누는 과정에서 생긴다는 것을 늦게나마 깨닫게 됩니다. 저는 이 장면들이 전하는 메시지가 단순히 연인 관계를 넘어서, 일상의 모든 관계에 해당된다고 느꼈습니다. 우리는 종종 멀리 있는 변화나 눈에 띄는 성공을 기적처럼 생각하지만, 사실 가장 큰 기적은 곁에 있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일이라는 것을 이 영화는 조용하지만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3. 스스로 변하기 전에는 세상도 바뀌지 않는다
브루스는 신의 능력을 갖고도 결국 아무것도 지켜내지 못합니다. 커리어는 생각만큼 나아지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던 그레이스를 잃었습니다.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던 그는, 실제로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모든 것이 무너진 순간, 브루스는 다시 신을 찾습니다. 그리고 예전처럼 화를 내거나 항의하지 않고, 처음으로 무릎을 꿇고 조용히 말합니다. "전 제 삶을 통제할 수 없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이 장면은 영화 전체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 중 하나였습니다. 이전까지는 늘 세상 탓, 사람 탓을 하던 브루스가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부족함을 인정한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전능한 힘을 가졌지만, 그 힘을 쓸 줄 몰랐던 그는 이제야 삶을 움직이는 진짜 방식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세상을 바꾸는 일은 결국 자신부터 바뀌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몸으로 겪고서야 깨달은 것입니다. 신은 그에게 다시 능력을 회수하고, 이전의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게 합니다. 그 순간부터 브루스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과장된 표현 대신 진심 어린 말로 동료와 대화하고, 그레이스에게도 억지 감동이 아닌 솔직한 태도로 다가가려 합니다. 그는 더 이상 큰 기적이나 눈에 띄는 변화만을 바라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주 사소한 일상 속에서 의미를 찾고, 남을 웃게 만드는 일에 진심을 담기 시작합니다. 저는 이 변화가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누군가를 바꾸려 하기보단, 자기 자신을 바꿀 때 비로소 세상도 달라질 수 있다는 메시지가 분명하게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이전까지는 불만을 말하는 데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책임을 지는 쪽으로 자신의 태도를 바꾸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브루스는 더 이상 신이 되길 바라지 않았고, 대신 더 나은 '브루스'가 되기를 선택했습니다. 이 영화는 결국 '삶을 바꾸고 싶다면 먼저 내가 달라져야 한다'는 단순하지만 잊기 쉬운 진실을 유쾌하면서도 깊이 있게 전달해주고 있었습니다.
느낀 점
이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가장 오래 남았던 건, 브루스가 마지막에 병원 복도에서 기도하던 장면이었습니다. 그는 처음과는 전혀 다른 얼굴로 무릎을 꿇고, 이제는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 조용히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장면을 통해, 내가 바라는 변화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 행동과 태도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걸 더 분명히 느꼈습니다. 또 '힘'이 생긴다고 삶이 바뀌는 게 아니라, 그 힘을 어떻게 쓰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웃음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만든 영화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영화를 단순한 코미디로 넘기지 않고, 지금의 나를 다시 살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