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개봉한 영화 '몬스터 콜(A Monster Calls)'은 단순한 판타지 영화가 아닌, 인간 내면의 고통과 감정의 층위를 세밀하게 다룬 감성 드라마다. 어린 소년과 괴물의 만남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이야기는 환상을 통해 현실의 아픔을 직시하게 하며, 진실을 마주하는 용기를 말한다. 이 글에서는 영화 '몬스터 콜'이 담고 있는 상징, 주제, 메시지를 중심으로 감상과 해석을 제공한다.
1. 상징으로 본 몬스터 콜
'몬스터 콜'에서 괴물은 단순히 이야기 속 무서운 존재가 아니다. 이 괴물은 주인공 코너의 내면이 만들어낸 감정의 화신으로, 두려움과 진실, 분노, 죄책감 같은 복합적인 감정들이 하나의 형상으로 시각화된 존재다. 괴물은 매번 밤 12시 7분이라는 정확한 시간에 등장하는데, 이는 죽음을 향해 흘러가는 시간과 불가역적인 현실을 상징한다. 또한 괴물이 등장할 때마다 전해지는 세 개의 이야기는 전통적인 우화 구조를 따르고 있지만, 그 내용은 도덕적으로 이분법적인 교훈을 전하지 않는다. 이는 현실이 단순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코너가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해석하고 받아들이게 하기 위한 장치다. 괴물의 외형은 오래된 나무의 형상을 하고 있는데, 이는 자연의 힘, 생명력, 그리고 시간의 흐름을 상징한다. 나무는 살아있는 존재이지만 동시에 느리고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의미하며, 이 괴물이 코너의 감정에 반응하고, 그의 내면을 강제로 직면시킨다는 점에서 감정의 인격화로 해석할 수 있다. 괴물은 파괴적인 힘을 가졌지만, 동시에 코너에게 가장 치유적인 존재가 된다. 코너가 괴물 앞에서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마음껏 분출할 수 있었던 유일한 순간은 바로 그가 혼자서 감당하지 못했던 상실과 두려움을 외면하지 않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영화 속 배경과 색채, 카메라 구도 역시 상징적으로 작용한다. 코너의 방은 점점 어두워지고, 창밖의 교회와 묘지, 나무는 그가 외면하고 싶은 진실, 즉 어머니의 죽음을 시각적으로 예고한다. 특히 괴물의 이야기 장면에서는 애니메이션 같은 2D 수채화 풍의 시퀀스가 등장하는데, 이는 아이의 상상력을 반영함과 동시에 감정과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장치다. 현실과 환상이 끊임없이 교차하는 이 영화의 방식은, 단순한 현실도피가 아니라 감정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임을 보여준다. 괴물이라는 존재는 단지 아이가 무서워할 만한 상상이 아니라, 고통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감정의 통역자다. 이처럼 영화는 상징을 통해 감정의 본질에 접근하며, 어린 소년의 고통이 단순한 슬픔이 아닌 복잡한 내면의 싸움임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2. 주제로 보는 영화의 중심
'몬스터 콜'의 핵심 주제는 진실과 감정,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용기다. 영화는 어린 소년 코너가 현실에서 겪고 있는 이중적인 고통, 즉 어머니의 병세 악화라는 눈앞의 상실과 주변 어른들로부터 받는 심리적 소외라는 복합적인 상황을 통해 인간 내면의 감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다양한지를 조명한다. 특히 이 영화는 단순한 위로나 감정의 해소보다는, 정면으로 감정을 마주하고 그것을 언어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진정한 성장의 의미를 묻는다. 코너는 영화 내내 분노와 두려움, 혼란과 죄책감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린다. 그는 어머니를 잃어간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말로 표현할 수 없고, 또 그것을 인지하는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낀다. 괴물은 그런 그에게 네 번째 이야기를 스스로 고백하게 만든다. 이 고백의 순간은 단지 줄거리상의 절정이 아닌, 감정적 해소이자 내면의 정화를 의미한다. 특히 코너가 밝히는 자신의 진실, 어머니가 죽기를 바란 적이 있다는 솔직하고 충격적인 내면의 고백은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겪지만 입 밖에 내지 못하는 감정의 실체를 그대로 드러낸다. 영화는 이 과정을 통해, 인간이 느끼는 감정은 선악의 이분법으로 나눌 수 없으며, 때로는 상반된 감정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한다. 이 작품은 감정을 해소하는 것이 아닌, 감정을 인지하고 이해하는 것이 진정한 성장을 이끈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특히 어른들조차 회피하려는 감정을 어린아이가 직면해야 하는 상황을 통해, 관객은 감정에 대한 깊은 성찰의 기회를 얻는다. 아버지는 외국에 있고, 할머니는 무뚝뚝하며, 학교에서는 괴롭힘을 당하는 코너의 현실은 그의 상처를 외면하는 어른들로 가득 차 있다. 이러한 외부 환경 속에서 괴물은 코너가 자신과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을 제공하며, 감정의 소리를 대변하는 존재로 기능한다. 괴물이 말하는 이야기의 교훈은 사실 정답이 아니라, 코너가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게 만드는 철학적 질문이다. 결국 영화는 코너가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스스로의 내면과 대면하는 과정을 통해, 진실과 용기라는 주제를 관객에게 전달한다. 이는 판타지라는 장르적 외피를 씌웠지만, 내용만큼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철학적인 접근이다. 영화의 진짜 판타지는 괴물이 아닌, 감정이라는 불확실한 영역을 직시하고도 살아낼 수 있는 인간의 힘에 있다. 이러한 주제 의식은 '몬스터 콜'을 단순한 감성 영화가 아닌, 감정의 해부학이라 부를 수 있게 만드는 강점이다.
3.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
'몬스터 콜'은 단순한 슬픔의 표현을 넘어서 그 감정을 어떻게 마주하고 해석할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이 영화가 전달하는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는 감정을 억누르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것이 진정한 치유와 성장의 시작이라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감정을 숨기고 참는 것을 용기라고 생각하지만 이 영화는 그 반대의 태도, 즉 감정을 인정하고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용기라는 것을 보여준다. 코너는 어머니의 죽음을 앞두고 무력감과 분노를 반복적으로 느낀다. 그는 주변 어른들로부터 괜찮다는 말만 듣지만, 정작 본인은 괜찮지 않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괴물은 코너의 내면에서 가장 솔직한 감정을 끌어내며 그가 말하지 못한 진실을 마주하게 한다. 괴물의 이야기는 실제로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의 도덕적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감정 역시 선하거나 악한 것으로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괴물과의 대화를 통해 코너는 죄책감과 슬픔, 분노를 차례로 직면하고 그 안에서 스스로를 용서하게 된다. 영화가 말하는 위로는 누군가가 해주는 달콤한 말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데서 오는 정직한 해방감이다. 괴물은 마치 심리 상담가처럼 기능하면서도 동시에 현실에서 누구도 해주지 않는 말, 즉 코너가 가장 듣고 싶었던 질문을 던진다. "네가 정말로 느끼는 건 무엇이냐"는 질문은 단순하지만, 그것을 정직하게 답하는 건 결코 쉽지 않다. 몬스터 콜은 이런 정직함의 가치와 감정의 복잡함을 환상의 형식을 빌려 아주 섬세하게 전달한다. 이 영화는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의 감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강렬할 수 있는지를 인정하고, 그 감정들이 단순한 유약함이나 철없음이 아닌 깊이 있는 내면의 반응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어른들은 종종 아이들의 감정을 감정 기복이나 사춘기로 치부하지만, 몬스터 콜은 그 감정들이 어른의 세계 못지않게 중요한 심리적 현실임을 보여준다. 이 점에서 이 영화는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제공한다. 감정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그 감정 속에서 인간다움을 찾는 것이야말로 이 영화가 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인간적인 메시지다.
느낀 점
'몬스터 콜'은 감정을 단정 짓지 않는다. 괴물, 소년, 상상과 현실의 교차 같은 요소들이 나오지만 그 모든 장치는 결국 하나의 메시지를 향한다. 감정은 단순하지 않으며, 설명하기보다는 느끼고 마주해야 한다는 점과 영화는 이 사실을 강요하지 않고 섬세하게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감정에 대한 하나의 태도를 제안한다고 느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상실이나 슬픔을 정리하거나 위로하지 않는 방식이다. 많은 영화가 고통을 희망으로 포장하지만, 몬스터 콜은 그 이전에 감정의 직면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소년의 고백 장면은 설명보다 느껴야 하는 순간이었고, 나 역시 그 앞에서 조용히 감정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정리되지 않아도 되는 감정을 다룬 몇 안 되는 작품이었다. 감정은 말로 표현되지 않아도 존재할 수 있으며, 그런 감정일수록 더 진실할 수 있다. 영화는 그 메시지를 무겁지 않게, 그러나 깊이 있게 전달한다. 그래서인지 관람 후 마음이 조용히 가라앉았고, 오래 묻혀 있던 감정이 조심스레 떠올랐다. '몬스터 콜'은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영화였다. 감정을 외면한 적은 없었는지, 타인의 아픔 앞에서 너무 쉽게 말하려 하진 않았는지. 이 질문은 불편하지만 필요한 물음이었고, 그 울림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몬스터 콜은 이야기 자체보다, 감정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