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딩 위드 보이즈'는 열다섯 살에 아이를 낳게 된 소녀 베벌리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한 사람이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삶을 지켜내는지를 진솔하게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보호받아야 할 나이에 책임져야 할 존재가 생긴 베벌리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과 현실적인 육아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며, 스스로의 길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애씁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며, 누구보다 빠르게 어른이 되어야 했던 그녀가 겪는 감정들이 낯설지 않았고, 그 안에서도 '나는 누구인가'를 계속 고민하는 모습이 깊게 남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시대와 환경이 달라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한 여성의 삶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1. 너무 일찍 찾아온 계획에 없던 책임
영화는 주인공 베벌리가 고등학생 시절 예상하지 못한 상황으로 아이를 갖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그녀는 여느 또래 친구들처럼 수업에 집중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임신 사실이 알려지자 학교 안에서의 시선이 달라지고, 부모의 반응도 당황스럽고 냉랭하게 바뀝니다. 그때부터 베벌리는 단순히 학생이 아닌, 곧 태어날 아이의 보호자라는 새로운 역할을 떠안게 됩니다. 저는 이 장면들을 보며 어떤 선택을 할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시기에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현실이 얼마나 무거운지를 느꼈습니다. 사회는 그녀에게 책임을 묻고, 어른처럼 행동하기를 요구하지만 정작 그녀는 아직 본인의 미래도 제대로 설계해 본 적 없는 아이였습니다. 출산 장면에서 병원 침대에 누운 채 창밖을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은 단순히 출산을 마친 기쁨이 아닌, 이제부터 무언가를 감당해야 한다는 불안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저는 그 장면에서 오히려 아이를 낳는 일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걸 강하게 느꼈습니다. 아이가 태어난 후 그녀는 이전처럼 친구들과 어울릴 수도 없고, 수업을 마음 편히 듣기도 어려워집니다. 수유 시간과 시험 시간이 겹치고, 밤마다 아이가 우는 통에 잠도 제대로 못 자는 일상이 반복됩니다. 주변 사람들은 쉽게 조언하거나 판단하지만, 실제로 그 책임을 지는 건 전부 베벌리 한 사람의 몫입니다. 특히 부모는 딸을 걱정하면서도, 아이 양육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는 실망과 통제를 먼저 보입니다. 저는 이 점이 영화에서 가장 현실적인 부분이라고 느꼈습니다. 베벌리는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환경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다그쳐야 했고, 그러면서도 아이에게 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애를 씁니다. 그런 과정에서 점점 감정을 숨기고, 웃는 일도 줄어듭니다. 저는 그 모습이 연기처럼 보이지 않았고, 실제로 존재했던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영화는 그 시기를 드라마틱하게 그리지 않고, 담담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더 마음에 남습니다.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받고, 동시에 어리다는 이유로 도움을 못 받는 상황 속에서, 베벌리는 아이를 키우는 것과 동시에 자신을 지켜야 했습니다. 저는 이 소녀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안쓰럽기보다는, 오히려 묵묵히 버텨낸 점에서 더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2. 꿈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흔들리는 마음
베벌리의 꿈은 작가입니다. 또래 친구들이 졸업 후 취업이나 결혼을 고민할 때, 그녀는 글을 써서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고 싶어 했고, 책을 읽는 시간을 가장 즐거워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고부터 그녀가 하루를 살아가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새벽까지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았고, 아이가 열이라도 나는 날엔 글을 쓸 시간은커녕 제대로 앉아 있는 시간조차 없었습니다. 저는 그녀가 소파에 앉아 책을 들고 있지만 제대로 읽지 못하고 다시 아이 쪽을 바라보는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분명히 있었지만, 그 모든 건 당장 눈앞의 현실에 밀려났기 때문입니다. 남편 역시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고, 일을 하겠다며 집을 자주 비우거나, 힘들다는 이유로 육아에서 빠져 있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특히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서의 역할이 불균형할 때, 결국 모든 부담은 누군가 한 사람에게 집중된다는 걸 그대로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베벌리는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된 것뿐만 아니라, 남편 대신 가장이 되어야 했고, 동시에 아이에게 사랑도 줘야 했습니다. 하루하루 겨우 버텨내는 삶 속에서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꿈을 마음속에 간직합니다. 졸업장을 받기 위해 다시 학교를 다니려 하지만, 아이의 병원 일정이나 남편의 무책임한 행동 때문에 기회는 번번이 무너집니다. 영화에서 베벌리가 졸업장을 앞에 두고 울먹이는 장면은 단순히 학업 실패에 대한 슬픔이 아니라, 자신의 삶이 자꾸만 어긋난다는 데서 오는 감정으로 보였습니다. 무엇보다도 꿈을 위해 애쓰는 동안 주변에서 아무도 그녀를 진심으로 응원해주지 않는 분위기가 저는 더 서글프게 다가왔습니다. 베벌리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꿈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자라 조금씩 여유가 생기자 다시 책을 펼치고, 조용히 글을 씁니다. 그 모습은 영화에서 큰 전환점처럼 그려지진 않지만, 저는 그 장면이 가장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순간이라고 느꼈습니다. 꿈이라는 것은 거창한 포부가 아니라, 삶이 아무리 바빠도 마음속 한 구석에 남아 있는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베벌리는 그렇게 스스로의 감정을 외면하지 않으며, 아이와의 삶 속에서도 작가라는 정체성을 조금씩 되찾아갑니다.
3. 엄마가 되면서도 놓지 않은 자아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베벌리는 시간이 지나면서도 여전히 자신의 자아를 놓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이가 성장하고 육아에 조금씩 여유가 생기자 그녀는 다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엄마라는 역할은 여전히 계속되지만, 그 안에서도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조금씩 만들어갑니다. 저는 이 장면들이 단순히 꿈을 되찾는 모습으로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아이를 키우며 살아온 시간이 그녀를 얼마나 단단하게 만들었는지를 보여주는 과정처럼 느껴졌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어느 날 베벌리가 아들과 크게 다투는 장면이었습니다. 아이는 자신이 엄마 때문에 불안정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말하고, 베벌리는 그 말에 상처받으면서도, 자신도 너무 어렸고 방법을 몰랐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이 장면에서 저는 엄마와 아들이 처음으로 서로를 있는 그대로 마주 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베벌리는 평생 엄마로 살아왔지만, 그 안에서도 감정이 상하거나 억울한 순간이 많았고, 그걸 참기만 하며 살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엄마라는 역할은 흔히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영화는 그 틀에서 벗어나 베벌리가 자신만의 생각과 꿈을 유지하면서 엄마로서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녀는 누군가의 아내로, 아이의 보호자로 불렸지만, 끝까지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잃지 않았고, 상황이 나아지자 다시 자신이 쓰고 싶었던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저는 그 모습이 참 멋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많은 여성들이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자신이 누구였는지를 잠시 잊고 살아가지만, 그 안에서도 조용히 자신을 붙잡고 있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이 영화가 잘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주변 사람들은 베벌리에게 평범한 엄마가 되기를 기대하지만, 그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엄마가 됩니다. 아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늘 노력하고, 자신을 오해하는 시선 앞에서도 무너지고 싶지 않아 애쓰는 모습은, 정답은 아닐지라도 분명 진심이 담겨 있었습니다. 저는 이 영화가 완벽한 엄마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사람으로서 엄마를 보여준 점에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베벌리는 아이를 사랑하면서도, 자신도 하나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끝까지 놓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 점이 오히려 가장 강한 책임감이라고 느꼈습니다.
느낀 점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오래 남았던 감정은, 누군가의 삶을 겉으로만 판단해선 안 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처음엔 열다섯 살에 아이를 키우게 된 소녀라는 설정이 낯설게 느껴졌지만, 영화를 따라가다 보니 베벌리라는 인물이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 그 선택 안에 어떤 감정이 있었는지 조금씩 이해하게 됐습니다. 저는 그녀가 단지 상황에 끌려다닌 인물이 아니라, 매 순간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을 하려 애썼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다른 사람들은 쉽게 충고하거나 판단했지만, 실제로 삶을 책임지는 건 결국 그녀 혼자라는 점에서 많은 공감이 됐습니다. 영화를 보며, 내가 예전에 누군가의 상황을 다 알지 못하면서도 단정적으로 바라봤던 적이 있었는지 떠올리게 되었고, 그래서 베벌리의 삶이 더 낯설게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는 어린 시절에 감당해야 했던 삶의 무게, 엄마라는 역할, 그리고 놓지 못한 꿈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남들이 정한 기준이 아닌, 내가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왔는지를 내가 스스로 말하고 보여줘야 한다는 메시지를 조용하게 전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